

안녕하세요!
일본 여행 다녀오시는 분들 손에 꼭 하나씩 들려있는 그 술. 사케를 잘 몰라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다는 그 술. 바로 '닷사이 준마이 다이긴죠 23'입니다.
저도 이번에 좋은 일이 좀 있어서 큰맘 먹고 한 병 땄습니다.
보통 사케 마실 때 "그냥 쌀로 만든 술이네~" 하고 마시는데, 이 술은 숫자를 보면 경건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름 뒤에 붙은 '23'의 무서운 의미
닷사이 45, 닷사이 39, 닷사이 23... 뒤에 붙은 숫자가 작을수록 비싸고 좋은 술이라는 건 아시죠?
이 숫자가 '정미율(쌀을 깎고 남은 비율)'을 뜻하잖아요. 즉, 닷사이 23은 쌀 한 톨에서 겉면 77%를 다 깎아내 버리고, 중심부에 있는 딱 23%만 남겨서 그걸로 술을 빚었다는 뜻입니다.
쌀 한 가마니를 깎으면 주먹만큼 남으려나요? 이건 술을 빚은 게 아니라 쌀을 조각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진짜 광기(Madness) 그 자체죠.
나무 상자부터가...
일단 패키지부터 폼이 납니다. 종이 박스가 아니라 나무 상자에 들어있어요. 선물용으로 왜 1티어인지 알겠습니다. 받는 순간 "아, 이거 비싼 거구나" 느낌이 딱 오거든요.
그래서 77% 깎은 맛은? (시음기)
차갑게 칠링해서 잔에 따라봤습니다. 색은 아주 맑은 물 같습니다.
향 (Nosing)
코를 대는 순간, "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게 쌀로 만든 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과일 향이 진동을 합니다.
잘 익은 멜론, 복숭아, 그리고 하얀 꽃 향기가 확 올라와요. 알코올 냄새는 0.1%도 안 느껴지고, 그냥 향수 같습니다. '화사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봐요.
맛 (Palate)
한 모금 입에 머금어 봅니다. ...없습니다.
네? 뭐가 없냐고요? 분명 입에 넣었는데, 혀에 걸리는 거친 느낌이나 목을 긁는 느낌이 하나도 없어요. 그냥 물처럼 스르륵 들어옵니다.
첫맛은 아주 고급스러운 단맛(멜론 과즙 같은)이 싹 돌다가, 중간에 감칠맛이 살짝 올라오고, 마지막엔 그냥 깔끔하게 사라집니다.
흔히 '목 넘김이 좋다'고 하는데, 닷사이 23은 목 넘김이라는 걸 느낄 새도 없이 그냥 식도 어딘가로 텔레포트하는 기분이에요. 잡미가 하나도 없다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닷사이 45나 39랑 많이 다를까?
솔직히 가성비로 따지면 닷사이 45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23을 마셔보니 확실히 급이 다르긴 하네요.
45나 39가 "맛있는 사케네!"라면, 23은 "이거 술 맞아?" 싶은 순수함의 결정체 같습니다. 훨씬 더 섬세하고, 훨씬 더 깨끗합니다.
총평: 비싼 돈 값 할까?
네, 특별한 날이라면 충분히 합니다.
- 사케 특유의 누룩 냄새나 알코올 향 싫어하시는 분.
-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술"을 마셔보고 싶은 분.
- 정말 귀한 분께 실패 없는 선물을 하고 싶은 분.
이런 분들께는 닷사이 23이 정답입니다.
다만, 너무 부드럽고 깔끔해서 "술은 좀 쓴맛도 나고 타격감도 있어야지!" 하시는 분들께는 좀 심심할 수도 있겠어요. (마치 맹물 같다고 느끼실 수도?)
안주는 간이 센 요리보다는, 신선한 회(사시미)나 가벼운 샐러드, 아니면 그냥 술만 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술 자체가 너무 예뻐서 안주 맛에 가려지면 아깝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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