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위스키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일본 여행 갈 때나 면세점 들를 때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술이 있죠. 바로 산토리의 걸작, '히비키(Hibiki)'입니다.
히비키 17년, 21년은 이제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전설의 술이 되어버렸고, 엔트리급인 '하모니'는 살짝 아쉬움이 남을 때... 딱 그 중간에서 우리의 갈증을 채워주는 아주 매력적인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보라색 라벨이 영롱한 '히비키 블렌더스 초이스 (Hibiki Blender's Choice)'입니다.
저도 친구 덕에 운 좋게 한 병 구해서, 아끼고 아끼다 드디어 뚜껑을 땄습니다.
일단 병 디자인부터 보고 가시죠. 히비키 특유의 저 24각 병. 일본의 24절기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언제 봐도 참 예술품처럼 생겼습니다. 거기에 '블렌더스 초이스'라는 이름답게 고급스러운 보라색 한지 라벨이 붙어 있어서, 선물용으로도 진짜 이만한 게 없겠다 싶네요.
이 술의 가장 큰 특징은 '와인 캐스크 숙성 원액'을 블렌딩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색깔부터가 일반 위스키보다 조금 더 붉은빛이 도는 '적갈색(Reddish Amber)'을 띱니다.
도수는 43%. 과연 블렌더가 선택한 맛은 어떨지, 설레는 마음으로 잔에 따라봤습니다.


향: 잘 익은 복숭아와 크림 브륄레
잔에 따르고 코를 대는 순간, "아, 역시 히비키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알코올이 튀는 느낌은 전혀 없고, 정말 화사하고 우아한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박스에 적힌 테이스팅 노트에는 '산딸기', '백도(흰 복숭아)', '파인애플'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상큼하면서도 달달한 과일 향이 가장 먼저 느껴지고, 그 뒤로 마치 크림 브륄레 윗부분을 톡 깼을 때 나는 달고나 같은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따라옵니다.
확실히 와인 캐스크를 써서 그런지, 일반적인 위스키보다 과일의 풍미가 훨씬 깊고 진득하네요.
맛: 입안에 퍼지는 둥근 달콤함
한 모금 머금어 봤습니다.
질감이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입안에서 걸리는 것 없이 아주 둥글둥글하게 굴러가요. 맛은 향에서 느꼈던 그 복숭아나 살구 같은 과일의 단맛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그냥 달기만 한 게 아니라 기분 좋은 산미가 살짝 섞여 있다는 겁니다. 마치 잘 만든 살구 잼이나 콤포트를 먹는 것처럼,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꽉 차면서 침이 고이게 만드네요. 43도인데도 목 넘김이 너무 부드러워서 술술 넘어갑니다.
여운: 은은하게 남는 우아함
삼키고 나면 입안에 은은한 단맛과 함께 아주 약간의 쌉싸름함이 남습니다. 이게 기분 나쁜 쓴맛이 아니라,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정도의 기분 좋은 여운이에요. 피트 위스키처럼 강렬한 한 방은 없지만, 마시고 나서 "아, 참 예쁜 술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총평: 히비키의 우아함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히비키 하모니가 조금 가볍게 느껴졌던 분들이라면, 이 '블렌더스 초이스'는 완벽한 업그레이드가 될 겁니다. 와인 캐스크 숙성 특유의 베리류 향과 달콤함이 더해져서 훨씬 다채롭고 깊이 있는 맛을 보여주거든요.
- 부드럽고 과일 향 나는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
- 독한 술은 싫고, 우아하게 향을 즐기고 싶은 분.
- 일본 위스키 특유의 섬세한 블렌딩을 느껴보고 싶은 분.
이런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물론 하이볼로 타 마셔도 기가 막히겠지만, 이 녀석만큼은 스트레이트나 온더락으로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 섬세한 맛을 다 느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구하기만 쉽다면 매일 마시고 싶은, 정말 탐나는 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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