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본 위스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친구가 운 좋게 정말 매력적인 녀석을 하나 데려왔습니다. 보통 '하쿠슈(Hakushu)' 하면 쨍한 초록색 라벨과 숲속의 피톤치드 향, 그리고 민트 같은 청량함을 떠올리시죠?
그런데 오늘 소개할 술은 조금 다릅니다. 초록색 숲이 붉게 물든 가을이 된 느낌이랄까요.
바로 '하쿠슈 재패니즈 포레스트 비터스윗 에디션 (Hakushu Japanese Forest Bittersweet Edition)'입니다.


일단 케이스부터가 시선을 강탈합니다. 기존 하쿠슈가 싱그러운 초록 잎사귀였다면, 이 녀석은 갈색 낙엽이 그려진 차분한 디자인입니다. 이름에도 '비터스윗(Bittersweet)'이라고 적혀 있는데, 달콤쌉싸름하다니... 벌써부터 침이 고이네요.
이 술은 주로 면세점(Travel Retail) 한정으로 풀리는 라인업이라, 여행 다녀오시면서 "나를 위한 선물"로 집어오기 딱 좋은 술입니다.


1. 스페니쉬 오크의 마법
하쿠슈의 가장 큰 특징은 숲 향기 같은 상쾌함인데, 이 비터스윗 에디션은 거기에 '스페니쉬 오크 캐스크' 숙성 원액을 블렌딩했다고 합니다. 스페니쉬 오크는 보통 셰리 위스키를 만들 때 쓰는데, 특유의 말린 과일 향과 타닌감(쌉싸름함)을 주거든요.
상쾌한 하쿠슈에 진득한 오크를 섞었다? 상상이 잘 안 가시죠? 그래서 바로 뚜껑을 따봤습니다.
2. 색과 향: 숲속의 오래된 오두막
잔에 따르니 색깔이 제법 진합니다. 일반 하쿠슈 DR(Distiller's Reserve)보다 확실히 붉은 기가 도는 호박색입니다. 스페니쉬 오크의 영향이 눈으로도 보이네요.
향을 맡아보면 재미있습니다. 처음엔 하쿠슈 특유의 그 시원한 배 향, 풋사과 향이 "나 하쿠슈야!" 하고 올라옵니다. 그런데 그 뒤로 묵직한 향들이 따라옵니다. 약간 떫은 듯한 포도 껍질 냄새, 다크 초콜릿, 그리고 잘 말린 곶감 같은 달큰한 향기.
비 온 뒤 숲속 냄새랑 달달한 과일 가게 냄새가 섞인 느낌이라 계속 킁킁거리게 되네요.
3. 맛: 이름값 하네, 진짜 '비터스윗'
한 모금 머금어 봤습니다.
입안에 들어올 때는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첫맛은 의외로 달콤해요. 흑설탕이나 건포도조림 같은 찐득한 단맛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목으로 넘길 때쯤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름처럼 '비터(Bitter)', 즉 쌉싸름한 맛이 혀를 조여줍니다. 카카오 함량 높은 다크 초콜릿을 먹은 것 같기도 하고, 에스프레소의 쓴맛 같기도 한 그 쌉쌀함이 단맛을 딱 잡아주네요.
마냥 가볍고 상쾌하기만 한 게 아니라, 무게감이 확실히 있습니다. "어른의 맛"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것 같아요.


4. 총평: 하쿠슈의 새로운 매력
기존의 하쿠슈가 여름에 하이볼로 벌컥벌컥 마시기 좋은 술이라면, 이 '비터스윗 에디션'은 가을밤이나 겨울밤에 조용히 한 잔씩 니트(스트레이트)로 음미하기 좋은 술입니다.
- 하쿠슈를 좋아하지만 조금 더 묵직한 걸 원하시는 분.
- '단짠'이 아니라 '단쓴(달고 쓴)'의 매력을 아시는 분.
- 남들 다 있는 거 말고 좀 특별한 일본 위스키를 소장하고 싶은 분.
해외 나갈 일 있으시면 주류 코너에서 이 낙엽 그려진 통을 꼭 찾아보세요. 하쿠슈의 청량함 속에 숨겨진 중후한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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